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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울산 남구)
거의 1년 만에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10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 코로나 펜데믹 이후 자주 찾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산소에 올라가는 도중 문득 나의 군 생활 중 경험했던 일이 생각났다. 일과가 끝나고 잠들기 전, 나는 고참들에게 늘 이런 식으로 취침 인사를 했다. “김 병장님 잘 주무십시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단 하루도 걸리지 않고 취침 인사를 한 일이 기억났다.(물론 거꾸로 내가 고참이 되었을 때는 그런 인사를 받기도 했지만…) 80년대 당시 군부대 내 억압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취침 인사까지는 누가 강제로 시키지 않아도 나를 포함한 소위 졸병들은 참 열심히도 실천했다.
고참에게 사랑받기 위한 나의 생존 비결(?)은 비록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작문 솜씨가 별로였지만, 내무반 고참을 대신해 연애편지를 대필한 일은 셀 수 없을 만큼 부지기수다.(유명한 연애시(戀愛詩)나 달콤한 유행가 가사도 정말 많이 애용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예전 아버지께서 주무시기 전 “아버지 잘 주무십시오”라는 인사를 드린 일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할 걸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 살고 있지만, 오늘따라 미안함과 죄송함이 사무치게 몰려온다.
누구의 곡인지 모르지만, ‘불효자는 웁니다’는 나 같은 사람들을 모질게 질책하는 노래이리라…. 이런 부끄러운 나의 과거가 혹시라도 자녀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쩔까 걱정되는 무거운 마음으로 산소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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