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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명예기자 배재록
지난 4월 1일 올 들어서 첫 번째로 고래바다여행선이 장생포항에서 출항했습니다. 넘실거리는 동해에서 참돌고래를 만날 기대감으로 올랐던 승선기를 포스팅합니다.
국내 유일 고래바다여행선이 있는 장생포항에는 300여 명이 승선하고 있었습니다. 550톤급 크루즈선으로 뷔페식당, 공연장, 회의실, 휴게실, 수유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기업·단체 워크숍, 선상 결혼식 등을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7월 최초 취항한 이후 2013년 4월 최대 395명이 승선할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 시대를 열었습니다.
고래바다여행선 고래탐사는 3시간, 비어크루즈 2시간, 연안투어 1시간 30분 걸리고 있습니다. 또 월요일은 휴무이며 주말에는 고래탐사는 1일 2회 운항하고 있습니다. 100명 이상 단체는 전세계약 운항도 가능합니다. 요금은 어른 2만 원, 어린이 1만 원이며 단체는 할인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고래탐사선에서 고래를 못 볼 시 고래관광시설물 입장료가 40% 할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고래의 고향 장생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에 편승된 바가 크다고 합니다. 주인공 대사 중 ‘고래는 울산 앞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일본 서해안에서 잠을 잡니다. 고래한테는 울산 앞바다가 주방, 일본 서해안이 침실인 셈이죠’처럼 울산을 직접 언급하는 것도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고래 인프라는 굴뚝산업에서 탈피한 관광산업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고래를 주제로 한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등 관광 인프라 덕분에 올 한 해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울산을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탑승을 마치고 입장한 넓은 1, 2층 내부가 아늑했습니다. 흰 제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반갑게 맞아 주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이 눈에 역력했습니다.
간단한 출항 식을 마친 여행선이 마침내 장생포항을 출항했습니다. 출몰하는 고래를 만날 기대감으로 말입니다. 출몰고래의 70%가 참고래라고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울산함을 스쳐갔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34년간 영해를 지키다 퇴역한 1세대 전투함으로 길이 102m, 너비 11.5m, 높이 23m, 무게 1천890톤입니다. 퇴역 후에도 안보교육을 위한 전시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개방했습니다. 고래문화특구의 관광명소로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공단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가 인상적이고 점점 멀어져 가는 장생포항 모습이 실루엣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다 복판에는 유류저장 시설이 보였습니다. 유류탱크 터미널은 동남권의 최대 석유화학 제품 물류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항을 한 크루즈선은 관광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선상 음악회를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과 무대에서 공연하는 노래의 흥에 빠져보는 멋을 누려봅니다. 무료해하는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손뼉을 치면서 선상음악회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여행과 노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궁합인가 봅니다.
기둥 높이가 해발 102m인 울산대교가 보였습니다. 남구 매암동에서 동구 일산동을 잇는 1,800m의 현수교입니다. 2009년 11월 30일에 착공해 2015년 6월 1일에 개통했습니다.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인 단경간이 1,150m인 현수교로, 세계에서 21번째로 긴 다리입니다. 국내에서는 이순신대교 1,545m에 이어 2번째로 긴 다리로 영화 ‘공조’ 배경과 차량 액션 장면 촬영 장소입니다.
중형급 선박을 건조하는 현대미포조선 모습이 그림처럼 보였습니다. 1975년 4월 설립했으며 초기에는 선박수리를 하다가 2005년부터 자동차 운반선과 LPG 운반선, 석유화학제품, 컨테이너, LPG 운반선 등을 건조하고 있는 조선소입니다.
멀리 산 위에 보이는 울산대교전망대는 높이 63M(해발 203M)로 화정산 정상에 솟아 있었습니다. 울산대교와 울산항.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소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웅장한 야드가 보였습니다. 한때 약 8천여 명의 종업원들을 거느리고 석유시추선 건조를 했던 조선소인데 물량 부족으로 휴면상태에 입니다. 거대한 1600톤 골리앗 크레인을 조망하다 보면 역동적인 기미가 엿보였습니다. 세계적인 해양설비 건조능력을 갖춘 조선소가 재기될 징조라 여겨집니다.
울산항에는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처럼 각종 선박들이 정박하고 있었습니다. 오대양을 누비는 선박에 검푸른 파도가 흘수선을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육지에는 온통 화원이지만 이곳 바다에는 배들이 정박해 또 다른 세상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크루즈선은 강동 앞바다까지 진출했고, 사방에 고래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3층에 올라가 희뜩희뜩한 물줄기를 보며 상념에 젖었습니다. 지나왔던 조선소와 석유화학 단지가 뒤 쫓아왔습니다. 멀리 보이는 풍경이 왜 그렇게 평화롭게 보이는지요.
수평선에 내 섬을 만들어 놓고 고독을 치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를 심호흡해 봅니다. 둥근 울타리는 자유의 놀이터이자 사유를 키우고 욕심을 지워주며 무한을 가르쳐 줍니다. 나라는 섬에서 넓고 희망찬 섬으로 가는 배를 타게 해달라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해봅니다. 기도는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겸손의 언어이니까요.
크루즈는 반환점을 돌아 뒤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육지는 손으로 끌어당기면 다가올 것 같은 마법이 일으키며 올 때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감동을 주었습니다.
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첫 출항은 바다의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참고래 그림과 함께 ‘고래바다여행’이라는 크루즈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장차 울산에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어 새로운 아이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